“美, 트럼프와 김정은 회동 내부 논의…실무 계획은 진행 안 돼”

입력 2025-10-19 08:18 수정 2025-10-19 09: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등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행정부 내부 관계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회담 성사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아 실제 진척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한 뒤 “아직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실무 준비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와 같은 워싱턴과 평양 간의 소통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김정은)에게 보낸 첫 접촉 시도는 북한 측이 서한을 수락하지 않아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한국 등 아시아를 순방할 예정이다. CNN은 백악관 경호팀이 트럼프의 방한에 앞서 두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판문점 지역을 답사하지는 않았다고 전하며 “2019년 (판문점) 정상회담이 재현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의지를 드러내왔다.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언젠가는 그(김 위원장)를 보게 될 것이고 나는 그 만남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회동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북·미 회담의 구체적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한국 정부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APEC 계기 북·미정상의 회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고 북한으로서도 그런 조짐을 보였지만 APEC을 계기로 무엇인가 이뤄질 거라는 조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항상 열어놓고 동향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도 이번 순방에서는 무역 전쟁 중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동에 훨씬 더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다만 즉흥적인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상 김 위원장과의 전격적인 회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많다. 트럼프는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소셜미디어로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해 이튿날 성사된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미 간의 별다른 소통이 없었지만 트럼프의 돌발적인 회동 제안에 김 위원장이 화답하면서 정상 간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