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경찰들이 아이를 가운데 둔 채 빙 둘러서 있습니다. 허리를 반으로 접은 사람, 쪼그려 앉은 사람도 있죠. 잠시 뒤 여기 사복 입은 여성 경찰이 아이를 뒤에서 꼬옥, 끌어안아줍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아이 살린 사람들
지난 9월 23일 오후 5시26분. 강원도 춘천에 있는 후평지구대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달려오는데, 아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습니다. 사탕이 목에 걸려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오후 근무를 위해 사무실로 복귀하던 김성준 경장은 짐을 내팽개치고 곧바로 아이를 뒤에서 양팔로 안고는 고개를 숙이게 한 뒤 하임리히법을 시행합니다.
하임리히법은 기도폐쇄 시 복부에 압박을 줘서 이물질을 빼내는 응급처치법이죠. 이어 김 경장은 아이의 등을 있는 힘껏 쳐냈습니다. 그래도 사탕은 바로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때 이혜정 경감이 나섰습니다. 아이를 다시 뒤로 안고 복부를 강하게 밀어 올리기를 몇 차례. 이후 리듬을 타듯 조심스레 위아래로 아이를 흔들었는데, 어느 순간 다물어지지 않던 아이 입이 닫히는 게 보입니다. 기도를 막은 사탕이 튀어나오는 대신 넘어간 겁니다.
김성준 후평지구대 경장
“사탕이 넘어간 걸로 확인이 되긴 했거든요. 그리고 액체 상태로 물게 나온 거 조금 있고...”
“사탕이 넘어간 걸로 확인이 되긴 했거든요. 그리고 액체 상태로 물게 나온 거 조금 있고...”
아이가 괜찮아졌다는 걸 낯빛을 보고 파악한 이 경감은 그제야 안심이 된 듯 아이를 뒤에서 이렇게 꼭 끌어안아줍니다. ‘정말 다행이다’ ‘괜찮아져서 고마워’ 아이를 안아주면서 둥글게 말린 이 경감의 등과, 여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포착된 이 경감의 표정, 두 가지 모두에서 이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사실 사탕이 넘어가고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아이 엄마는 여전히 경황이 없었습니다. 여기 앉았다 일어났다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보이시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어리둥절해했고요. 하지만 이런 정신 없는 와중에도 김 경장은, 아이의 입안을 살펴보고, 물을 먹이며 상태를 재차 확인했습니다. 다른 지구대 식구들도 각자 해야할 일들을 했고요.
김성준 후평지구대 경장
“(하임리히법은 하임리히법대로 하고 다른 동료들은 바로 구급대원들한테 연락하고, 제가 못하는 조치해 주고...”
“(하임리히법은 하임리히법대로 하고 다른 동료들은 바로 구급대원들한테 연락하고, 제가 못하는 조치해 주고...”
아이는 나중에 인근 병원에서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해요. 얼마 뒤에는 아이 아빠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지구대를 찾았는데 다른 근무팀이 근무 중이어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특별한 선물도 있었다죠.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변유영씨가 뉴스를 보고 후평지구대를 방문해 16잔의 커피를 기부했다고 해요. 커피와 함께 남긴 쪽지엔 “깊이 감사드린다. 제가 드리는 음료가 작은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애쓴 지구대 식구들과 이를 보고 감동받아 커피를 기부한 시민까지. 적어도 그날 이 동네에선 아이 하나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이 총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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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