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를 찾은 외국인이 서류 작성을 끝내곤 눈물을 훔칩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 외국인은 중년 여성을 만나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5시간 만에 돌아온 스리랑카 유학생의 돈봉투
지난 8월 26일 오전 9시30분 부산 남구 대연지구대. 스리랑카에서 유학을 왔다는 여학생 둘이 찾아와 등굣길에 등록금이 든 돈봉투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한국말이 서툰 학생들은 손짓 발짓을 동원해 상황을 설명합니다. 안내를 받고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던 학생. 설움이 복받쳤는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지구대에선 신고만 받을 뿐 물건을 직접 찾아주기는 어렵다는 설명이있었거든요.
훌쩍이는 학생을 본 지구대 식구들은 우선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 전화부터 합니다. 다음날이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어서 이걸 해결하는 게 가장 급했거든요. 다행히 사정을 들은 학교 측은 납부 기한을 한 달간 미뤄주기로 했습니다.
이제 돈을 찾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장재일 경감은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유리하다고 판단해 현장 확인부터 지시했고, 황은비‧강승연 경장은 학생들과 해당 장소에 대한 수색에 나섰죠. 하지만 봉투가 그 자리에 있을 리는 만무했습니다.
경찰들은 주변 상가를 중심으로 찾아나섰고, 얼마 뒤 CCTV를 통해 한 중년 여성이 봉투를 줍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여성은 곧장 버스를 타고 사라져 버려서 신원을 특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낸 경찰은 본격적으로 신원확인에 나섰습니다. 우선 여성이 탄 버스 블랙박스 영상부터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오후 3시 무렵. 한 여성이 지구대로 들어섭니다.
CCTV 속 바로 그 여성입니다. 현금다발이 든 봉투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직접 지구대를 찾아온건데요, 왜 5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타난 걸까요. 사연인즉슨 출근길에 봉투를 주운 여성은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서둘러 지구대를 찾은 거였습니다. K직장인이 지각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돈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러고는 또다시 안도의 눈물을 흘렸죠. 이를 본 중년 여성은 학생을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늦어서 미안하다고 오히려 사과까지 합니다. 그 말에 감동받은 학생의 얼굴은 눈물과 웃음으로 뒤범벅됐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그날 여학생은 몇 시간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테지요. 그래도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서 참 다행인데요, 남의 것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K양심 덕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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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