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신부님 스님이 함께 손 맞잡은 이유는”

입력 2025-10-19 07:00
덕수교회 성도들이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사랑나눔연합바자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덕수교회 제공


가을을 맞아 오랫동안 내리던 비가 그친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차 없는 거리’에 60여개 부스가 설치됐다. 김치전 떡볶이 드립커피 같은 식음료와 미역 오미자 등 지역 특산품, 의류와 장신구까지 다양한 물품이 판매돼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옷이 정말 싸네요.” “수익금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쓰여요. 많이 사주세요.” 정다운 대화도 이어졌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사랑나눔연합바자회’ 현장이다.

이 바자회 특징은 3개 종교가 함께 연합해 마련했다는 점이다. 덕수교회(김만준 목사) 성북동성당(김형목 요셉 신부) 길상사(덕조스님)가 매년 힘을 모은다. 올해 바자회 주관을 맡은 성북동성당은 50년 역사를 가졌고 1946년 창립된 덕수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상징적인 교회다. 길상사는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것으로 유명하다.

바자회는 2008년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 종교를 떠나 서로 연합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다. 성도와 불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판매 물품을 기부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며 바자회를 준비한다. 수익금은 모두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까지 180여명에게 4억원 이상이 지원됐다.

김만준 목사는 “처음에는 타 종교와 함께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성도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지역을 위해 에큐메니컬(연합과 일치) 실천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바자회는 성북동주민센터 건너편부터 홍대부고 입구까지 약 400m 구간에서 펼쳐졌다. 오후엔 ‘제3회 성북동 3종교 음악회’가 열려 팝페라 성악 첼로 대중가요 등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문화를 즐기고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 김만준 덕수교회 목사, 김형목 요셉 성북동성당 신부, 덕조 길상사 스님(왼쪽부터)이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에서 열린 '사랑나눔연합바자회' 오프닝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덕수교회 제공


덕수교회 성북동성당 길상사는 서로 1㎞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바자회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교류를 이어간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덕수교회에서 선물을 들고 길상사를 방문한다. 성탄절에는 스님들이 교회를 찾아온다고 한다.

김 목사는 “바자회를 비롯해 3개 단체의 다양한 협력은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 지역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웃들이 함께 웃고 섬기는 모습을 통해 지역이 화목해지고 소외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