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가 LCK 대표 4개 팀 중 가장 먼저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했다. 3시드임에도 ‘언더도그’로 여겨졌던 이들이지만 철저한 메타 해석과 티어 정리, 우상향하는 경기력을 통해 토너먼트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LPL 3번 시드 팀인 TOP e스포츠 (TES)를 상대로 2대 0 완승을 거두면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었다.
KT 고동빈 감독이 밝힌 스위스 스테이지 선전의 키워드는 간절함. 18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고 감독은 “선수단과 코치진이 간절함으로 만들어낸 3승0패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일주일 휴식기 동안은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겠다. 스크림을 맹신하지 않고 우리만의 데이터를 쌓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KT가 LCK 대표로 나선 4개 팀 중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했다. 3전 전승, 예상했나.
“출국 전에는 우리가 3승0패로 토너먼트 스테이지에 진출할지 몰랐다. 이렇게 깔끔하게 3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해서 더 기쁘다. 전체적으로 대진 운도 따랐다. KT가 이길 확률이 더 높은 팀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MKOI)전에선 경기력이 불안했는데 점점 우상향했다. 선수단에 주문한 점은.
“우선 월즈에서 만나는 팀 중에 이기기 쉬운 팀은 없다. 스크림을 해봐도 느껴진다. 또한 월즈 첫 경기는 특히나 신인급 선수들이 긴장하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승리를 거두는 것 자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MKOI전을 졌다면 우리 역시 현재까지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결국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경기 후 피드백 과정도 원활했다. MKOI전에서 불리해졌던 것도 우리 손에서 나온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단에 실수를 줄일 것을 주문했고, 선수들이 피드백을 잘 따라준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8강행을 확정한 경기에선 대다수가 TES의 우세를 점쳤다. KT의 승리를 확신했나.
“처음에는 나도 반드시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TES와의 경기가 확정되고 나서 양 팀 선수들의 챔피언 폭을 비교해가면서 밴픽을 준비했는데 상대가 미드에 밴 카드를 많이 투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 밴픽을 좋게 가져올 수 있겠다 싶어서 우리가 게임을 잡을 수도 있겠다고 봤다.”
-KT가 밴픽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은 KT가 메타 해석에서 앞선다고 보나.
“스위스 스테이지에선 KT가 티어 정리를 나쁘지 않게 해낸 것 같다. 당장은 KT의 메타 해석 능력이 살짝 앞섰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최고의 팀들만 나서는 월즈인 만큼 다른 팀들도 금방 티어 정리를 끝낼 것이다. 8강전부터는 메타 해석이나 티어 정리, 밴픽을 더 잘 준비해야 이길 수 있다.”
-2023년 젠지 재임 당시에도 스위스를 세트 전승으로 통과했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지금 다른 연도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올해 KT는 어떤 팀과 붙어도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진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얘기를 나눈다. 선수단과 코치진이 간절함으로 함께 빚어낸 3승0패라고 생각한다.”
-일찍 8강행을 확정지어서 일주일간 실전 공백기가 생긴다.
“스위스 스테이지가 너무 일찍 끝났다. 개인적으로 LoL e스포츠에서는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긴 휴식기가 좋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토너먼트 스테이지에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KT로서는 기쁜 일이다.
공백기 동안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데이터를 쌓는 데 집중하겠다. 스크림에선 모든 팀이 100% 컨디션으로 실전처럼 하진 않는다. 스크림을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 8강전부터는 5판3선승제다. 시리즈 후반부에 쓸 만한 챔피언들을 미리 연습해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위스 스테이지 후반부에 접어들면 대회 참가 팀들의 메타 해석과 내놓는 결과물이 서로 비슷해진다. 정립된 메타에서 가장 좋은 챔피언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고 그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려 놓는 것도 중요하다.”
-8강이 KT 역대 최고 성적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시절 못 올랐던 무대를 향한 열망도 있나.
“출국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8강·준결승·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매 경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LCK에서 보여줬듯 KT가 가진 최상의 퍼포먼스를 낸다면 그 어떤 팀이든 꺾을 수 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