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거나, 바다가 보이는 인근 산책길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MBTI(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 유형을 묻는가 하면, “결혼하면 가정예배는 꼭 드리고 싶다”는 식의 평소 신앙관도 전했다.
인천시와 인천성시화운동본부, 인천기독교총연합회(인기총)가 18일 인천 중구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진행한 크리스천 남녀 결혼 만남 프로젝트 현장 모습이다. ‘갓즈 커넥션(GOD’S CONNECTION)-너와 나, 하나님이 잇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기독 청년들의 결혼을 장려해 저출생 문제를 극복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인기총 등 각 교회 담임목사가 추천한 만 28세~38세의 미혼 크리스천 남녀 각각 33명이 참여했다. 첫날 이들은 결혼에 관한 강의를 들은 뒤 조별로 나뉘어 함께 식사하며 어색함을 풀었다. 식사 후에는 주최 측이 무작위로 배정한 이성과 15분씩 대화하며 본격적인 제 짝 찾기에 나섰다. 이날 주최 측은 한 사람당 11명의 상대와 대화해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만남에 참가한 청년들은 이날부터 11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세 차례에 걸쳐 모여 모든 이성 참가자와 1대1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박예은(32)씨는 “진짜 하나님이 준비하신 찍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모임에 앞서 기도하고 나왔다”며 “막상 현장에 오니 긴장된다”며 웃었다. 자신을 “경청하고, 상대를 품어주는 성향의 사람”이라 소개한 그녀는 “결혼 후에도 서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진종원(34)씨는 “지인을 통해 용기를 내 참가하게 됐다”며 “요즘은 주변 사람 소개로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이어 “짧은 만남이지만 대화를 통해 저의 진심과 따뜻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극로(36)씨는 요즘 배우자 기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앱을 통해서도 많이 만나긴 하지만, 오늘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직접 만나 실제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신앙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호 만수중앙감리교회 목사는 첫날 설교자로 나서 “결혼은 하나님의 명령이며, 신앙 안에서 이루는 부부관계가 참된 행복의 길이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좋은 만남의 열매가 맺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인간은 부모를 떠나 독립된 자아를 찾아 성숙하고 책임 있는 인격체로 서야 하며, 남녀가 서로 평등하게 사랑과 도움으로 연합해야 한다고 성경은 강조한다”며 “결혼은 둘이 하나 되어 신비로운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룻과 보아스처럼 하나님의 섭리로 맺어진 귀한 인연을 만나시기를 소망한다”고 영상으로 격려사를 전했다. 인천성시화운동본부 상임회장 유헌형 목사는 “오늘날 많은 청년이 신앙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하나님 안에서 올바른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며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사람의 시선이나 계산을 뛰어넘어 하나님께서 놀라운 기회와 인연으로 인도하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과 출산을 앞둔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진씨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상대와 신앙이 맞는다고 해도, 가정을 책임지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준비가 된 상태여야 하는 만큼 연애나 결혼을 시작할 때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씨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걸 답답해하지만, 요즘 세대도 나름의 고민이 많다”며 “예전과는 다른 시대의 차이를 이해해주고, 청년들의 결정을 기다려주며 격려해달라”고 부탁했다.
시현정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은 만남에 앞선 강연에서 인천시가 펼치는 결혼과 출산 지원정책을 안내하며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덜어줬다. 인천시는 출생아 수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시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인천성시화운동본부는 향후 인천 교회들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출생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인천=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