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오늘은 특별히 한국기독소방성교회 창립 20주년, 오늘이 있기까지 직장 내에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기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힘과 능력으로 승리하며 달려왔습니다. 이 시간에도 현장 활동하는 동료들의 안전을 지켜주시고, 특별히 각종 재난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길은 예수님 영접을 통하여 그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치유와 해방의 역사가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남색 제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기독 소방관 50여명이 두 손을 높이 들고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뜨겁게 기도했다. 소방관들의 기도에는 불길 속에서도, 재난의 현장 한가운데서도 함께하신 하나님의 손길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20년 동안 한국기독소방선교회(회장 한석훈)를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위로와 치유 그리고 복음의 불길이 다시 세상을 밝히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성전 가득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소방선교회가 주최하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후원한 ‘한국기독소방선교회 창립 20주년 감사예배’가 18일 예루살렘성전에서 열렸다. 이날 예배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기독 소방관과 가족, 은퇴 소방관 등 80여명이 함께했으며, 협력 기관인 평택 아가페국제교회(정철원 목사)의 국제이주민 성도 30여명도 참석해 2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한석훈 회장은 “한국기독소방선교회는 2005년 10월 창립돼 현재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가 세워져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직장 내 동료 전도는 물론, 매주 예배와 연합기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오늘까지 선교회를 이끌어오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20주년 기념예배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드려질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국기독소방선교회가 지난 20년간 ‘육체를 살리는 119가 영혼 구원도 감당한다’는 사명으로 헌신해 왔다”며 “재난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소방 가족들의 영적 회복과 치유의 통로가 돼줬을뿐 아니라 지역 복음화에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기독소방선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국 모든 소방서에 널리 전파돼 영적 회복이 시급한 모든 소방 가족들이 주님 안에서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양승호 부목사는 마태복음 6장 5절~8절 말씀을 본문으로 ‘기도는 시작하면 승리합니다’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양 목사는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와 예배하는 자를 기뻐하신다”며 “하나님이 복 주시는 세 가지 통로는 예배, 은혜 나눔, 그리고 믿음으로 맡김”이라고 강조했다.
양 목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때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증거된다”면서 “기도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사명을 맡은 한국기독소방선교회가 하나님만 바라보며 믿음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소방관들의 기도의 자리마다 하나님의 축복과 응답의 열매가 풍성히 맺히길 축복한다”고 권면했다.
이날 선교회는 유창선 총무의 인도로 ‘소방선교회의 부흥과 사역의 확장을 위하여’ 한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뜨겁게 기도했다. 각자의 현장에서 겪는 수많은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복음의 등불을 지켜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전국의 소방관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길 기도했다. 또한 재난 현장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함께하길, 한국기독소방선교회가 국내외에서 복음의 불씨를 널리 퍼뜨리는 도구로 쓰임받길 간절히 간구했다.
선교회 임원들은 ‘한 사람’ 특송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다. 하나님께 헌신된 한 사람의 믿음이 공동체를 세우고, 그 믿음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고백이 담긴 찬양이었다.
경남소방선교회 안상출(55) 한국기독소방선교회 부회장은 20주년 기념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는 “소방관들에게는 아직 ‘소목(소방목회)’ 시스템과 예배당이 없어, 현재는 경찰청 예배당과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매주 월요일 저녁 약 15명가량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소방관들에게도 자체적인 소목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소목이 세워지면 트라우마를 겪는 직원들이 병원 치료뿐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 치유를 통해 더 온전한 회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방청과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한 교계는 최근, 재난 현장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해 단순한 상담이나 행정적 지원을 넘어서는 영적·정서적 치유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한국교회의 초교파적 연합을 통한 지원 조직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소방선교연합회 설립 추진은 지난달 5일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 회장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구체화됐다. 이 자리에서 교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향후 교계 총의를 모아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군경과 달리 소방에만 없는 ‘사목 제도’ 도입을 공론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석훈 회장은 “소목(소방목회)이 세워지기 위한 작은 발걸음으로 오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주년 기념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을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은퇴 선배들도 함께 해줬는데, 우리의 헌신과 믿음이 30·40대 후배 세대에게도 이어져, 다음 세대가 그 사명을 이어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목이 세워지는 그날까지 선교회원들과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이 전국의 모든 소방 현장 위에 온전히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