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에서 위층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자해해 숨진 30대 남성의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이 층간소음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18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14일 진행된 피의자인 30대 남성 A씨의 부검에서 ‘목 부위 자상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최근 경찰에 전달했다.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A씨의 음주나 약물 복용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과수에 약독물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진술 등을 통해 A씨에게 정신 질환 치료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층간소음 갈등이 범행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해자들의 구두 진술과 주민 증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층간소음으로 위층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고 한다. 다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찰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나 신고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은 현재 정신적 충격이 심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경찰은 이들이 회복되는 대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혼자 거주하며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거주 중인 아파트가 최근 법원 경매 절차에 넘겨진 상태였던 점에도 주목했다.
A씨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가 상환이 지연돼 연체가 발생하면서 지난 2월 주택이 법원 경매에 넘어갔고 한 차례 유찰된 상태다. 지난 8월에는 의정부시로부터 지방세 체납에 따른 압류 조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지난 13일 오전 7시20분쯤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에 거주하는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딸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부부가 얼굴 등을 다치고 딸은 팔에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 가족은 딸의 수련회 등교를 배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범행 직후 A씨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약 50분 만에 화장실에서 자해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지만, 경찰은 범행 배경에 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