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동네 청소까지, 몽골에 전하는 ‘2.5㎞의 희망’

입력 2025-10-18 10:58 수정 2025-10-18 11:00
'몽골어 성경 보내기, 희망 걷기 대회'에 참여한 서울 서현교회 교인들이 18일 오전 한강변을 걷고 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성도들을 행복하게, 교회를 새롭게, 이웃을 미소짓게.”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가 18일 오전 8시 하나님과 성도, 교회와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자는 구호를 위친 뒤 거리로 나섰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교인들이 출발하기 전 잦아들더니 어느새 멈췄다.

이날 160여명의 이 교회 교인들은 3개 팀으로 나눠 서교동에 있는 교회를 출발해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과 한강 둔치를 거쳐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2.5㎞ 거리를 걸었다. 손에는 저마다 집게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이날 교인들은 걸으면서 거리를 청소하는 플로깅(plogging)에도 참여하며 동네를 청소했다.

서현교회의 한 교인이 18일 오전 열린 희망 걷기 대회 중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대회 참가비는 1만원이었다. 교회는 이 기금을 몽골어 성경을 보내는 데 사용한다.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은 서현교회는 몽골에 성경을 보내기 위해 교회 예산을 책정했지만, 교인들과 함께 참여하며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고민하다 걷기 대회를 준비했다.

몽골의 기독교인 비율은 전체 인구 중 1.6% 수준이다. 이들 중에도 몽골어 성경이 없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는 대한성서공회에 5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성서공회는 이 기금으로 몽골어 성경을 제작한 뒤 몽골성서공회에 전달하면,
몽골성서공회가 이를 현지 교회와 선교단체를 통해 전국의 신자와 복음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보급한다.

교회가 처음 마련한 걷기 대회에 참여한 교인들의 보람도 컸다.

성도 장혜란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담배꽁초가 많아 놀랐다”면서 “쓰레기를 치울 수 있어 오히려 좋았고 동네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아침 일찍 산책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며 반색했다.

김영철 장로도 “걸으면서 쓰레기를 치우니 마치 마음의 찌꺼기를 씻는 듯한 상쾌한 느낌마저 들었다”면서 “유모차를 탄 아기부터 어린아이들, 장년에 이르기까지 온세대 교인들이 함께 걸으면서 몽골에 성경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했다.

서현교회 교인들이 18일 오전 희망 걷기 대회를 마친 뒤 당인리발전소 마포새빛문화숲에 모여 이상화 목사의 메시지를 듣고 있다.

이상화 목사는 “몽골에 성경을 보내기로 당회가 결정한 뒤 더 보람 있는 방법을 찾다 걷기 대회를 통해 전 교인이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너무 의미있는 행사였다”면서 “전통적인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오늘 아침 동네를 청소하며 걸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