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지도급 인사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1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것이야말로 국가 간, 국민 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군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추계 예대제를 진행한다. 야스쿠니신사는 2차대전 당시 총리인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침략 등 대외전쟁과 내전의 전몰자 246만6000여명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전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처럼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해왔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역시 참배하지 않았다. 대신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했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재는 각료 신분일 때나 봄과 가을 예대제나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단골 참배객이다. 그는 외교적 영향을 고려해 이번에는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오는 2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선거를 치르는 목표로 야당과 논의 중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면 다카이치 총재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집권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 취임 후 구성된 현 자민당 간부진에 속한 후루야 게이지 선거대책위원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등 일부 의원들은 참배를 강행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