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측, 재판서 “계엄 반대했다, 공소사실 모두 부인“

입력 2025-10-17 16:53 수정 2025-10-17 16:54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본인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소방청장에 지시하는 등 적극 협력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적도 없고, 단전·단수 등 위법한 지시를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재판에 구속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흰머리에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그의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52’가 적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 전 장관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직전에 변호사였다”고 답했다.

특검 측은 이날 공소요지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시간대별 봉쇄계획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주장했다. 행안부 장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소방청 직원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준비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역시 설명했다. 특검 측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공개한 ‘계엄 당일 CCTV’ 증거를 추후 공판에서 적극 제시하겠다는 계획 역시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계엄 선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조치와 관련해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목적이 지시가 아닌 유의사항 전달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방청 관련 문건을 봤다”며 “그 문건과 관련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 측은 “피고인은 이태원 참사를 경험했다.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시민 안전 상황에 걱정이 앞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2022년 10월 30일)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했던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에 대해서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한 권리를 행사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권한을 바탕으로 선포를 했다면 해제 전까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폈다.

2차 공판기일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2차 공판서 이 전 장관의 운전비서관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