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진입할 수 없도록 무조건 사수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대통령경호처 전직 간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간부는 해당 지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진하 전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이 청구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상황에 대해 “경호처는 무조건 막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관저 출입과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냐는 특검 측 질문에는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진입할 수 없도록 무조건 사수해라”는 지시를 들었다며 이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국방부 공관 압수수색 시도를 저지하려 했다는 정황 역시 나왔다. 이 전 본부장은 김 전 차장이 아침 티타임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기관을 공관촌에 들이면 안 된다’ ‘(지시가) 내려온거다’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수본이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협의를 거쳐 수사관 한 명이 공관 안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김 전 차장이 화를 냈다는 것이 이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박 전 처장을 높은 언성으로 꾸짖었다는 이야기를 박 전 처장 본인으로부터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지시에 경호처 직원들은 물론 경호처장까지 동요했다는 증언 역시 나왔다. 이 전 본부장은 “박종준 처장은 혼란스러워 했던 거 같다”며 1차 저지 이후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영장 집행이 재차 시도되면 막지 말아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회의에서 박 전 처장이 자리를 떠날 경우,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곤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장은 ‘저놈(경찰)들 우리가 때려 잡아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광우 전 본부장은 ‘경찰관들이 위법 행위를 하고 있으니 우리가 저들을 체포해야 한다’ ‘내가 총 차고 다니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