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7일 회장으로 선임됐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16년만에 그룹 전권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룹의 오너경영 체제가 37년 만에 부활하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등 굵직한 핵심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HD현대는 17일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권오갑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등 여러 인사가 포함됐지만 핵심은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다.
HD현대는 1988년 정몽준 전 회장이 정계에 진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 회장의 승진으로 37년 만에 오너 일가가 다시 그룹 키를 쥐게 됐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뒤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해 HD현대·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등에서 업무를 총괄해 왔다. 2016년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해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고,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의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며 오너 책임 경영을 통한 사업 행보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가 10여년 전부터 사업 실무 경험을 탄탄하게 쌓아왔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 못지않게 경영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HD현대는 정 회장 지휘 아래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를 3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일하고 싶은 회사’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새로운 조직문화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자녀 직원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1인당 1800만원을 지원하고,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한다. 또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까지 망라한 타운홀 미팅을 주기적으로 갖는 등 소통에도 주력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