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안에서도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할 의향이라고 NHK가 17일 보도했다.
NHK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경우 외교적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계획에 대해 “적절하게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는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군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추계 예대제를 진행한다.
지난달 사의를 밝힌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경우 자신의 집권 중 마지막일 수 있는 추계 예대제에 참배하지 않고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오는 2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선거를 치르는 목표로 야당과 논의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면 다카이치 총재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집권할 수 있다.
이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자신의 총리 선출을 가정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건너뛴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재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패전일(8월 15일)마다 야스쿠니신사를 찾아갔다. 야스쿠니신사는 2차대전 당시 총리인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침략 등 대외전쟁과 내전의 전몰자 246만6000여명을 추모하는 곳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2022년 2월 극우단체 심포지엄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향해 “(총리가)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행동하니 상대방이 기어오르는 것”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시바 총리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의 야스쿠니신사 공물료 봉납과 참배에 대해 논평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해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