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러트닉, 무역협상 시작…‘3500억불’ 입장차 조율

입력 2025-10-17 08:05 수정 2025-10-17 12:31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관세 및 무역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16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두달 넘게 교착 상태에 빠졌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40분쯤 미 상무부 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협상을) 잘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양국 무역협상의 대표격으로,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만난 후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번 회동은 3500억 달러(약 500조원) 투자 패키지 구체화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에 대한 접점을 찾아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김 장관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김용범 실장은 입국 직후 취재진에 “지금까지와 비교해볼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이날 상무부 방문에 앞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 러셀 보트 국장과 50여분간 면담,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해 논의했다. 자리에는 여 본부장도 동석했다.

마스가는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할 때 우리 측에서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김 장관은 면담 후 대화 의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마스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이 마스가의 대표적 업체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논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마스가와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용범 실장은 OMB 방문 직전 취재진과 만나 “OMB가 조선업 프로젝트에 굉장히 중요한 부처”라며 “그래서 (오늘 방문 목적은) OMB의 얘기를 좀 듣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OMB 방문으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OMB는 직접적으로 협상을 하는 부처는 아니다”며 “(한미 간)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에 대한 본인들(미국)의 입장을 저희가 청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먼저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미 무역협상에 관련한 소통에 나섰다.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3500억 달러 투자금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