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친목모임이 유방암 자선행사?” 잡지사 캠페인 비판 쇄도

입력 2025-10-17 00:02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W코리아가 주최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 W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여성 패션 잡지 ‘W코리아’가 주최한 자선 행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방암 인식 개선’이라는 행사 취지와 달리 연예인과 유명 인플루언서의 친목 모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누리꾼들은 “유방암에 가장 안 좋은 게 술”이라며 자선행사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 실망을 표했다.

W코리아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를 개최했다. 1972년 미국에서 창간된 패션 잡지 W의 한국 라이선스 매거진인 W코리아는 2005년 발간 이듬해부터 매년 이같은 행사를 기획해왔다.

이날 행사에는 BTS 뷔·RM, 빅뱅 태양, 에스파 카리나, 아이브 장원영·안유진, 배우 변우석·정해인 등 유명 연예인이 참석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W코리아 인스타그램에는 이들이 술잔을 들고 음악과 파티를 즐기는 모습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등이 공유됐다. W코리아는 게시물을 올리며 ‘유방암인식향상캠페인’ 등의 태그를 달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W코리아가 주최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 W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유방암 인식 개선과 유명인 친목 모임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약 19만명의 유방암 환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방암은 이용당한 거라고 생각 든다. 유방암은 빼고 그들끼리 파티했으면 좋겠다” “저기 간 사람 중 유방암 환자가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떻게 이겨 내고 있는지 찾아본 사람 하나라도 있을까. 유방암에 치명적인 술 마시면서 화려한 명품 자랑하는 거 말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암 환자는 완치 후에도 술을 마실 수 없고 가슴을 절제해서 저런 파티룩은 입지도 못한다”며 “유방암 자선행사라면서 핑크 아이템이나 핑크리본 하나 없다. 누굴 위한 자선 파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핑크리본은 유방암 인식의 국제적 상징으로 유방암 예방·조기 발견·환자 지원·연구 기금 마련을 위한 캠페인에 활용된다.

W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을 통해 지난 20년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된 누적 금액은 11억원이다. 연평균 5500만원 규모다.

이같은 기부 규모가 알려지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행사 규모나 횟수에 비해 기부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정작 일반인들끼리 모여서 하는 ‘핑크런’보다 기부금이 작으면서 참석 연예인들이 유방암을 위해서 뭘 했다고 술 마시고 하하 호호하면서 유방암과 전혀 맞지 않은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운영하는 유방 건강 인식 향상을 위한 러닝 행사 ‘핑크런’의 지난 24년간 누적 기부금은 42억원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