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반 4세는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에서 1티어 정글러로 평가받았다. 9번 선택돼 8승1패로 89%의 승률을 기록했다. KT 롤스터 ‘커즈’ 문우찬을 필두로 ‘피넛’ 한왕호, ‘오너’ 문현준, ‘캐니언’ 김건부까지 상위권 정글러들은 전부 자르반 4세로 게임을 캐리하거나 승리를 맛봤다.
그랬던 자르반 4세가 LoL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과 스위스 스테이지에선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8전 전패. 국적 불문, 리그 불문 자르반 4세를 뽑은 팀은 여지없이 졌다. 급기야 2일 차 경기 후반부부턴 자르반 4세를 거들떠보지 않는 팀들도 나타났다.
자르반 4세는 지역 리그 플레이오프보다 월즈에서 상대적 성능이 좋은 챔피언이다. 비교군인 AD 정글러들이 대부분 너프를 받는 동안 혼자 너프를 피한 까닭이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팀들로서는 챔피언의 성능을 냉정하게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르반 4세가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게 TOP e스포츠(TES) 윤성영 감독의 생각이다. 윤 감독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챔피언이 8연패를 기록한 건 단순 불운이 겹쳤다고 보긴 어렵다. 다른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자르반 4세라는 카드는 상대의 픽을 보고 뽑을 때 더 좋은 카드인데 이번 월즈에선 다른 정글 챔피언들이 너프를 받아서 (상대적으로) 인식이 좋아진 것 같다. 상대팀의 조합을 보지 않고 고르니까 자르반 4세 상대로 좋은 챔피언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챔피언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 상위 무대로 가면 충분히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챔피언이지만, 지금처럼 1~2픽으로 빨리 뽑는 건 리스크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T1도 지난 14일 인빅터스 게이밍(IG)과의 플레이-인 스테이지 2세트에서 자르반 4세를 뽑았다가 패배했다. T1의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도 챔피언의 선택 타이밍을 다른 라인과 연계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했다. 그는 16일 화상 인터뷰에서 “자르반 4세의 챔피언 성능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바텀이나 미드·탑 챔피언들의 티어가 바뀌다 보니까 자르반 4세가 활약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메타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자르반 4세를 어떤 조합에서 어떻게 쓸지 많은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