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포 그란디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16일 서울 중구 UNHCR 한국대표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를 초청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종교계에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 협력을 요청했다.
간담회는 3년 전 그란디 최고대표와 대한민국 종교계의 첫 회의 이후 두 번째로 개최된 자리다. 이 자리에는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제2차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한국 종교계가 발표한 ‘더불어 살아가기(Living Together)’ 공동서약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불어 살아가기 공동서약에는 난민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과 이해를 확산시키는데 종교계가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난민을 사회 일원으로서 지원하고 협력하는 실천적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됐다.
전 세계 강제실향인구는 올해 4월 말 기준 1억2200만 명이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분쟁과 국가폭력이 늘어나고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 등 인도적 위기가 장기화된 영향이다.
그란디 최고대표는 “한국 종교계는 오랜 세월 인도주의적 가치를 실천해 온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며 “신앙 공동체의 연대와 공감이 난민 보호와 사회통합의 길을 넓히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신앙의 가치와 포용 정신을 바탕으로 난민과 강제실향민을 보호해주길 바란다”며 “포용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은 곧 이주민의 역사”라며 “이방인과 외국인을 환대하라는 것이 바로 예수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는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으로 이러한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난민을 포함한 강제실향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을 되새기겠다”고 밝혔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