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TVING)이 워너브라더스의 ‘HBO맥스’와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17개 지역에 진출한다. 전 세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국산 지식재산권(IP)을 해외에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로 보인다.
CJ ENM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와 이 같은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양사는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17개 지역 HBO맥스 내 티빙 브랜드관 론칭과 글로벌 유통 확대 등의 포괄적 협업을 약속했다. 단순한 콘텐츠 협력을 넘어 플랫폼 동반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종 OTT가 글로벌 메이저 플랫폼에 브랜드관으로 진출하는 건 최초다. 일종의 ‘OTT 내 OTT’인 셈이다. 티빙은 자체 콘텐츠를 다음 달 초 HBO맥스에 선보이고, 내년 초 HBO맥스 내 티빙 브랜드관을 정식 출시한다. K콘텐츠 인기가 높은 아시아 지역 시청자들에게 최신 인기 시리즈, 예능 콘텐츠를 선보여 시청 접근성과 인지도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는 K콘텐츠에 대한 WBD의 니즈가 반영됐다. 전 세계 OTT 점유율 1~3위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가 앞다퉈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가 큰 K콘텐츠 수급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 만큼 4위인 HBO맥스도 아시아 시장 지배 확대를 위해 K콘텐츠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CJ ENM과 WBD는 K콘텐츠의 글로벌 공동 제작도 추진한다. 공동 투자·기획을 거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HBO맥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TV를 주축으로 한 전통 미디어 산업이 빅테크·OTT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화 움직임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작품이 한국 OTT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면 해당 플랫폼의 위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사 연합이 향후 글로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대항마로 성장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플랫폼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은 “독창적인 콘텐츠 역량을 갖춘 CJ와 스토리텔링의 명가 WBD가 만나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CJ ENM 윤상현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WBD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HBO, CNN, DC, 워너브라더스 필름 그룹 등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전 세계 220여개국에 50여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WBD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는 “이번 협력은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에 최적화된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