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바지 마법사’ 김세영(32·스포타트)이 고향팬들 앞에서 화끈한 버디쇼를 펼치며 5년만의 우승을 향한 쾌조의 출발을 했다.
김세영은 16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첫날 1라운드에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쓸어 담아 10언더파 62타를 쳤다.
이날 김세영이 기록한 62타는 개인 18홀 최소타 타이다. 그는 2016년 JTBC파운더스컵과 2019년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10언더파를 기록한 바 있다.
2015년에 LPGA투어에 데뷔한 김세영은 통산 12승(메이저대회 1승 포함)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데뷔 이후 매년 이어 오던 우승 퍼레이드는 2020년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멈춰섰다.
올해도 이 대회 전까지 18개 대회 출전, 7차례 톱10에 입상했으나 우승이 없다. 현재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은 18위다.
김세영은 대회 개최지인 파인비치골프링크스와 인접한 전남 영암군이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대회 첫 날임에도 많은 갤러리가 현장을 찾아 김세영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그 기운을 받아서인지 김세영은 출발 홀인 1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5번 홀(파4)까지 쇼트 퍼트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6번 홀(파5) 이글이었다. 핀까지 210m를 남기고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샷을 홀 7m 지점에 떨궈 원 퍼트로 마무리한 것.
김세영은 “첫 홀에서는 되게 흥분 상태였다. 오랜만에 고향팬들 앞에서 경기를 해서인지 너무 신났다”라며 “이후 계속 퍼트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5번홀에서 롱퍼트 이글이 들어간 게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후 김세영의 퍼트는 마치 신들린 듯했다. 7번 홀(파4)부터 9번 홀(파4)까지 3개홀 연속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 들어서도 샷감은 식지 않았다. 11번 홀(파4)부터 15번 홀(파3)까지 징검다리 버디를 추가한 김세영은 마지막 18번 홀(파4)을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1타 차 단독 선두로 2라운드를 시작하게 됐다.
김세영은 이날 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샷감이 좋았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2차례 놓치긴 했으나 아이언샷이 한 차례도 그린을 놓치지 않으면서 타수를 대폭 줄이는 원동력이 됐다. 퍼트수도 26개로 그야말로 ‘짠물 퍼트’였다.
김세영은 “영암이 고향이다. 그래서 오늘 가족분들과 친척, 팬분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다”라며 “첫 홀부터 힘이 났다. 18홀 내내 응원을 받으며 치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덕에 좋은 성적을 냈다. 또 코스도 좋고 레이아웃도 좋아 플레이하기가 좋았다”고 했다.
김세영은 LPGA투어서 기록 제조기로 통한다. 그 중에는 2018년 숀베리 크리크 클래식 우승 때 기록한 72홀 최저타수 31언더파 257타가 있다.
기록 경신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세영은 “하면 좋은데 그보다는 우승이 제일 중요하다. 마지막 우승이 오래됐다”라며 “작년부터 가까워진 느낌이었는데 만들어내지 못했다. 고향 분들 힘을 얻어 이번 대회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올 시즌 1승이 있는 김효주(30·롯데)는 7번 홀(파4) 샷 이글과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9언더파 63타를 쳐 2위에 자리했다.
김효주는 “시즌 2승 너무 하고 싶다. 하와이에서 놓쳐 시즌 끝날 때까지는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 계속하고 있다”라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다음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승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근 완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소미(26·신한금융그룹)도 고향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1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해남=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