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14개 구단이 6개월간의 V리그 대장정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여자부에선 컵대회 챔피언 IBK기업은행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남자부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IBK는 16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7개 구단 중 5팀의 선택을 받으며 이번 시즌 ‘1강’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컵대회에서 9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IBK는 2관왕을 노린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전체적인 전력이 안정적이고 공격력이 뛰어나 완벽에 가까운 팀”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디어데이에서 단골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이번엔 선택받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한 차례씩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두 구단은 올 시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주전 미들 블로커 이다현(흥국생명)이 팀을 떠났다. 흥국생명은 지난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던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은퇴했다. 이들 팀은 올해 컵대회에서도 나란히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위권 팀들이 이 균열을 파고들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 지난 시즌 4위 IBK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는 5위 도로공사가 꼽혔다. 2개 구단이 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도로공사는 2023-2024시즌 챔프전 MVP 출신 모마를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전력이 탄탄한 도로공사가 우승 경쟁에 가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진행된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는 여자부와 달리 우승 후보 예측이 고르게 분산됐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과 준우승팀 대한항공이 2표씩을 받으며 강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도 2표와 1표를 각각 얻었다.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코치진에게 올 시즌 상위 3팀을 예측해달라고 부탁하니 모두 의견이 달랐다”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7개 구단의 전력이 비슷해 시즌 막판까지 순위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엔 전력 평준화가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구단들은 비시즌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에 업셋을 당했던 KB손해보험은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통합우승의 주역 전광인(OK저축은행)이 이적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