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판정검사(신검)를 통과해 현역으로 입대했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하는 이들이 최근 5년간 2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판정 체계의 정밀성과 신뢰에 구조적 한계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 입대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병은 최근 5년간 2만2289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040명, 2021년 5104명, 2022년 4430명, 2023년 3763명, 2024년 2952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 1481명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했다. 국방부가 정신건강 관련 판정 기준을 강화하며 매년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자의 대다수가 정신질환자로 조사되며 신검의 구조적 문제점도 드러났다. 2023년에는 전체 판정자 중 81%(3021명)가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는 82.9%(2446명), 올해는 9월까지 85%(1177명)가 정신질환으로 전역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정신질환으로 판정받았는데, 신검 단계에서 경미하거나 잠재된 정신질환을 놓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검은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판단하고, 군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다. 신검에서 정신질환 가능성을 놓친 것은 국가의 선별 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군 복무 도중 잠재된 정신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하면 인력 공백, 훈련비 손실, 부대 사기 저하 등 군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다. 군은 준비되지 않은 병사를 받아들이고, 병사는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 내던져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신검의 정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잠재된 정신질환을 안고 군 복무를 하게 된 이는 병이 악화하며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또 현역 복무 부적합이 낙인으로 작용해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검에 심층 심리검사를 도입하고, 복무 중 정기 정신건강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거론된다. 황희 의원은 “신검의 정신건강 평가를 보강하고 병영문화 개선, 부조리 근절,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보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