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나무숲 명소에 ‘한글’ 낙서…교토시 “벌채 검토”

입력 2025-10-16 14:48
일본 교토의 '아라시야마 숲'이 낙서 피해가 증가하자 벌채를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페이스북, 교토피 캡처.

일본 교토의 대나무숲 명소 ‘아라시야마 숲’이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알파벳 낙서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한글 낙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토시는 피해가 큰 대나무의 벌채 또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라시야마 숲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낙서 피해도 늘었다. 교토시가 이달 6일 아라시야마 일대 2.3㏊ 대나무숲을 조사한 결과, 7000그루 중 350그루에서 칼·열쇠 등으로 날카로운 도구로 새긴 낙서가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일본어, 한자뿐만 아니라 한글로 보이는 낙서도 확인됐다.

교토시는 추가 낙서를 막기 위해 일부 대나무숲에 녹색 양생 테이프를 부착했다. 대나무 표면에 생긴 흠집은 회복되지 않아 내놓은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양생 테이프가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교토시는 대나무 벌채 방안 검토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교토시에서 낙서가 심한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나무에 대해 벌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벌목 자체가 금지된 지역이지만 경관 보존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 벌채를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글 낙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자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한글로 이름까지 써서 나라 망신시킨다” “국격 떨어뜨리려면 해외여행 가지 마라” “일본에 가서 처벌을 받고 오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낙서로 인해 아라시야마 숲의 훼손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대규모 낙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시카와 케이스케 아라시야마 상가회 회장은 “아라시야마를 방문한 추억을 대나무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