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노선 변경과 관련해 학회 관계자와 대화한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13일 국토부 김모 과장 등과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회장이 2023년 8월 9일 노선 변경과 관련해 대화한 1시간 22분 분량의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 김 과장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파견됐던 인사로 당시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용역업체와 소통하던 실무자였던 김모 국토부 서기관에게 “강상면 대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특검은 김 과장의 주거지와 근무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과장이 “예타랑 타당성 조사는 스케일과 정밀도와 시행하는 목적이 다르다”고 말하자, 이 회장은 “예타가 그래도 기본 골격은 잡아주지 않냐”고 답한다. 이에 김 과장은 “그러면 예타 노선(사업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을 무조건 따라가야 하냐”고 반문한다. 이 회장은 “최소한 예타로 돈을 들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일을) 했다면 본전이라도 건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답한다. 2021년 사업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이 예타를 통과했지만, 추후 대안(강상면 종점안)이 더 나은 안이라면 원안을 기계적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화 내용이다.
특검은 최근 의혹의 키맨인 김 서기관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공무원이 고속도로 종점 노선을 양평군 강상면 대안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특검은 용역업체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서기관이 강상면 일대를 짚으면서 대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인했다. 실제로 용역업체는 2022년 3월 29일 계약 체결 후 불과 10여일 만인 4월 11일 강상면 종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안 제시 전까지 용역업체의 강상면 현장조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특검은 김 과장 압수물과 녹취록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과장을 불러 강상면 대안 도출 과정과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경과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김 의원에게 일찌감치 피의자 신분을 적용했지만 대면조사까지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해당 의혹은 2023년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점 노선을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 땅이 소재한 강상면으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강상면은 김 여사 일가 땅이 몰려 있는 곳이다. 사업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타까지 통과했는데 국토부가 2023년 5월 갑자기 강상면 종점 노선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원 전 장관은 당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