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동남아 범죄단지’ 5개월 전 한국에 경고했었다

입력 2025-10-16 12:04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연합뉴스

유엔(UN)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 범죄 단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인권 침해에 대해 이미 5개월 전 대한민국 정부에 긴급 조치를 촉구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5월 19일 유엔 특별보고관 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캄보디아 등의 범죄 단지 상황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인권적으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며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긴급, 협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OHCHR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얀마군, 캄보디아,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런 논의를 담은 내용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등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범죄 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행위가 상세하게 기록됐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성명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문당하고 비인도적 대우를 받으며 심각한 폭력과 학대에 노출됐다”며 “구타, 전기고문, 독방 감금, 성폭력 등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범죄 조직이 피해자들을 다른 조직에 팔아넘기거나, 인질 삼아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범죄 단지에서 도주하려 했다 오히려 심각한 처벌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성명에 담겼다. 특별보고관들은 “이런 운영 방식이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지의) 만연한 부패 분위기에 범죄조직들이 처벌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이 조직들은 정부 관계자, 정치인, 지역 당국, 유력 자산가들과 결탁하면서 득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각국의 대응에 대해 성명에서는 “인신매매와 착취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피해자 신원 파악, 보호·지원이나, 가해자 처벌, 보복 조치 예방 등에 있어 조치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각국이 즉각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