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65)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쟁점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을 뇌물로 보고, 불법 조성한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은 재산분할 부분과 관련해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된 ‘노태우 비자금’이 불법적인 자금으로 최 회장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조항의 입법 취지는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노태우 비자금은 뇌물이라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해 생겨난 급여이므로 이런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 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고 이는 상속재산 분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노 관장 측 주장에 대해서는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던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한 2심 판단도 잘못됐다고 봤다. SK와 SK C&C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와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처분한 927억원 등이다.
혼인관계 파탄 후 어느 한쪽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를 2심 변론종결일에도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으나 그 처분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2심 변론종결 때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를 분할 대상으로 넣을 수 없다는 취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