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휴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로 돌려보낸 팔레스타인인 시신 90구 중 상당수에서 고문과 처형 흔적이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시신을 인수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의료진은 “시신들에 구타와 즉결 처형의 증거가 뚜렷하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 중재에 따라 하마스는 전쟁 중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 일부를 이스라엘에 넘겼고, 이스라엘은 전투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두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로 이송했다. 의료진은 가자지구로 돌아온 시신에서 눈가리개, 손 결박, 머리 총상 등의 흔적이 공통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냉장 보관해 온 시신들을 이름 없이 번호표만 붙인 채 돌려보냈다.
나세르 병원 소아과장인 아흐마드 알파라 박사는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어떤 신원 정보도 없이 시신들을 넘겨받았으며, 전쟁으로 시설이 파괴된 병원에는 DNA 분석 장비가 없다”며 “이스라엘은 신원을 알면서도 유족이 더 큰 고통을 겪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질의했으나, 이스라엘군(IDF)은 교정청(IPS) 소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교정청에 논평을 요청한 상태다.
양측의 시신 상호 송환은 이번 휴전 합의 1단계 이행 사항이다. 하마스는 합의에 따라 인질 시신 28구를 이스라엘에 넘겨야 하며, 현재까지 8구를 인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송환이 지연되고 인계된 시신 중 1구가 인질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며 하마스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하마스가 인질 시신 4구를 추가로 인도하겠다는 뜻을 중재자를 통해 전달하자 이스라엘은 검문소를 재개방해 인도적 지원 물자 유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