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으로 파견이 결정된 백해룡 경정이 출근 첫날 검찰 수사팀이 ‘불법단체’라고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백 경정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동수사팀은 위법하게 구성된 불법단체라고 주장해 왔는데 그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공직자로서 신념이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대상이다. 검찰 최고 지휘부가 외압 의혹과 관련돼 있다”며 “수사 책임자가 권력자로부터 외압을 받으면 외압을 한 사람까지 수사해야 하는데, 피해당사자가 돼 수사에서 분리돼야 한단 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백 경정은 “인사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공무원 의무”라면서 “출근 의무가 있어 출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 경정은 임은정 검사장과는 어떻게 소통하느냐는 질문엔 “소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백 경정은 “저는 평소 명예롭게 퇴직하신 선배들을 굉장히 존경해 왔다. 그 길을 제가 조용히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며 “일단 출근하고 생각을 정리해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히 수사하라”고 밝히며 백 경정을 합동수사팀에 파견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말했다.
이 의혹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마약수사팀장이던 백 경정이 2023년 9월 세관 직원의 마약 밀반입 공모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확대하자 당시 경찰 고위 간부와 대통령실 등이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내용이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세관 마약 의혹을 수사하다 외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5명의 별도 수사팀을 꾸려주고 ‘외압’ 부분을 제외한 수사를 맡길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