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통화 스와프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무역협상이 향후 10일 내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교착 상태에 있던 한·미 무역 협상이 이달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재무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요청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와 관련한 질의에 “재무부가 통화 스와프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그건 연방준비제도 소관”이라면서도 “내가 연준 의장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의장이라면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이미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3월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그는 한·미 간의 대미 투자 이견과 관련된 질의에도 “나는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향후 10일 내로 뭔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지만 조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한·미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한·미 무역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 질의에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특히 통화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전장치를 확보와 관련,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저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국이 제안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미국이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 부총리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무역협상을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과 만나 한·미 무역 현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 외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후속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에 총출동해 막판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세 정책을 옹호하며 “일본과 한국 모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고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가 없다면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은 아직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 공식 서명을 하지 않았고, 일본 투자금도 5500억달러여서 트럼프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