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불법 구금·고문 사태가 벌어지는 캄보디아 범죄단지 피해자를 ‘모집’하는 온라인 카페가 여전히 성황리에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 당국은 해당 카페의 존재를 알고서도 사이트를 폐쇄하는 대신 일부 게시글에 대해서만 시정 요구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온라인 카페 ‘하데스’에 접속하자 첫 페이지부터 ‘통장 매입합니다’ ‘베트남에서 텔레마케팅 직원을 구합니다’ ‘해외 TM(텔레마케팅) 직원 구인’ 등 글이 게재돼 있었다. 이 카페는 대외적으로 ‘비즈니스·마케팅 정보 종합 커뮤니티’를 표방하지만, 실제 올라오는 게시글 상당수는 대포통장, 불법도박 등 범죄 관련 내용이었다.
특히 해외 구인 글들은 대부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초보 가능, 숙식 제공, 경력 무관, 월급여 400만~500만원 등을 내세웠다.
이는 캄보디아 감금 사태 피해자들이 증언한 구인 글과 대부분 일치한다. 현재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갇혀있거나 가까스로 구출된 이들은 이 같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고수익인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믿거나 본인 명의 통장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건너갔다가 붙잡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당국은 문제이 카페에서 이 같은 불법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확인하고서도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하데스 카페에 올라온 ‘포털사이트 아이디 판매’ 등 일부 글에 대해 접속차단(시정 요구)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지난 1년간 이 카페에 1만8000여건의 글이 게재됐지만 제재 대상이 된 건 100~200건에 불과하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범죄를 직접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가 목적인 사이트의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다. 사이트 자체의 주된 목적이 이런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이라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미심위 관계자는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이트 전체가 불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돼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방심위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지난 6월부터 사실상 ‘식물위원회 상태’가 된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부로 방심위가 방미심위로 개편되며 첫발을 뗐지만 아직도 기존 위원의 승계 여부를 따지며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이다.
하데스 측은 캄보디아에 납치·감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행방불명자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자 결국 이날 오후에서야 해외 구인·구직 등 게시글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데스는 공지사항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 카페가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와 관련된 불법 활동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해외 관련 구인·구직 글을 전면 금지하고 관련 활동이 확인될 경우 관계 기관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