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백해룡 파견’ 진짜 이유는…“떠들지만 말고 어디 한번 해보라”

입력 2025-10-16 05:01 수정 2025-10-16 05:01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8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의 파견을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에 과도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피력해온 백 경정에 “말만 앞세우지 말고, 권한을 줄 테니 어디 한 번 수사해 보라”고 이 대통령이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지휘하는 합동수사팀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합동수사팀에 백 경정을 투입할 것을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지시했다. 기존 합동수사팀에는 수사 검사 추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개별 수사에 대한 지시를 내놓은 건 7월 17일 이태원 참사 검경 진상 규명 조사단 구성 지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백 경정을 콕 집어 수사팀에 합류시키라 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수사에 대해 꾸준히 공개적 의사를 표명해 온 백 경정에 대한 일종의 질책성 지시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떠들지만 말고, 한 번 직접 수사해 증명해보라”는 취지로 수사팀 합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백 경정이 조금 ‘오버’를 하고 있다. 본인이 수사를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본인이 할 수 있다면, 정말로 수사해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25명 수사팀을 다 자신이 짜겠단 소리를 내놓는 것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소리”라며 “사건 해결보단 유튜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법만 배운 것 아니겠는가. 수사로 증명해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은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그 권한을 행사하고, 권한 행사를 책임지고, 결과로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라며 “권한 가진 공직자가 뭘 그리 말이 많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결과를 갖고 평가받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도 백 경정의 태도를 재차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경정은 이 대통령 지시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합동수사팀은 불법 단체라 합류하지 않겠다거나, 본인이 실질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25인 규모의 새 수사팀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은) 밖에 나가 떠드는 게 공직자의 책무가 아니란 것이다. 권한을 다 줘볼 테니 결과로 말해보라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정 서울 동부지검장. 연합뉴스

백 경정 합류 지시에 임 지검장이 이끄는 기존 합동수사팀 수사 상황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 초 검찰 내 에이스 검사들이 다수 수사팀에 합류했음에도 신속히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 지검장도 백 경정처럼 공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전적이 있다. 앞서 임 지검장은 국회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이재명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인사 참사’라고 언급했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 등을 ‘검찰개혁 5적’이라 칭하기도 했다. 정 장관에 대해선 “검찰에 장악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 장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선 임 지검장의 기존 수사팀과 백 경정의 수사팀이 별개로 꾸려지는 방식으로 이 대통령 지시사항이 이행되는 가운데 그마저도 두 인사 사이 잡음이 발생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올바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방식으로 수사팀이 구성되는 것인지는 수사 과정에서 다 드러날 것”이라며 “지켜보고 성과를 따져보면 된다”고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