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의 파견을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에 과도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피력해온 백 경정에 “말만 앞세우지 말고, 권한을 줄 테니 어디 한 번 수사해 보라”고 이 대통령이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지휘하는 합동수사팀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합동수사팀에 백 경정을 투입할 것을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지시했다. 기존 합동수사팀에는 수사 검사 추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개별 수사에 대한 지시를 내놓은 건 7월 17일 이태원 참사 검경 진상 규명 조사단 구성 지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백 경정을 콕 집어 수사팀에 합류시키라 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수사에 대해 꾸준히 공개적 의사를 표명해 온 백 경정에 대한 일종의 질책성 지시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떠들지만 말고, 한 번 직접 수사해 증명해보라”는 취지로 수사팀 합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백 경정이 조금 ‘오버’를 하고 있다. 본인이 수사를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본인이 할 수 있다면, 정말로 수사해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25명 수사팀을 다 자신이 짜겠단 소리를 내놓는 것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소리”라며 “사건 해결보단 유튜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법만 배운 것 아니겠는가. 수사로 증명해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은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그 권한을 행사하고, 권한 행사를 책임지고, 결과로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라며 “권한 가진 공직자가 뭘 그리 말이 많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결과를 갖고 평가받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도 백 경정의 태도를 재차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경정은 이 대통령 지시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합동수사팀은 불법 단체라 합류하지 않겠다거나, 본인이 실질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25인 규모의 새 수사팀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은) 밖에 나가 떠드는 게 공직자의 책무가 아니란 것이다. 권한을 다 줘볼 테니 결과로 말해보라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백 경정 합류 지시에 임 지검장이 이끄는 기존 합동수사팀 수사 상황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 초 검찰 내 에이스 검사들이 다수 수사팀에 합류했음에도 신속히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 지검장도 백 경정처럼 공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전적이 있다. 앞서 임 지검장은 국회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이재명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인사 참사’라고 언급했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 등을 ‘검찰개혁 5적’이라 칭하기도 했다. 정 장관에 대해선 “검찰에 장악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 장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선 임 지검장의 기존 수사팀과 백 경정의 수사팀이 별개로 꾸려지는 방식으로 이 대통령 지시사항이 이행되는 가운데 그마저도 두 인사 사이 잡음이 발생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올바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방식으로 수사팀이 구성되는 것인지는 수사 과정에서 다 드러날 것”이라며 “지켜보고 성과를 따져보면 된다”고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