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벼랑 끝 철강업계 “철강부원료 관세 면제해 달라” 정부에 SOS

입력 2025-10-15 16:45 수정 2025-10-15 18:39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내수 침체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핵심 철강 부원료에 대한 수입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지난달 철강 부원료 17개 품목에 대해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철강 부원료는 철강생산 공정에서 철광석 등 주원료 외에 철강의 품질이나 작업성 향상, 특정 성질 부여 등을 위해 투입되는 재료다.

철강업계가 관세 면제를 요청한 품목은 페로니오븀 고탄소페로크롬 저탄소페로크롬 페로니켈 니켈괴 페로티타늄 등으로, 이들 부원료는 열연, 스테인리스(STS) 냉연, 후판 등 주력 상품뿐 아니라 각종 철강제품을 만드는데 활용되는 범용성 높은 품목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그간 수입산 철강 부원료에 대한 관세 철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철강 부원료에 대해 무관세 또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적용하는 데 반해 국내는 2~8%의 고율의 관세가 부과돼 원가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철강 완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율 적용돼 관세가 0%”라며 “철강 부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오히려 관세가 낮은 중국·일본산 제품에 비해 역차별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관세 철폐가 이뤄진다면 원가 절감을 통해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이 최악의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요청이 이뤄진 이유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5000만t 아래로 떨어졌으며, 건설업 부진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시장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 영향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 관세장벽, 국내 역차별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산업통상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관세 부담 경감 등 철강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관계 부처 합동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대응 방향 정립 및 지원책 마련, 반덤핑 등 제도를 통한 불공정 수입 대응 강화 등을 담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