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 로펌, ‘위성 세무법인’으로 국세청 전관 23명 꼼수 영입…의원실 전수조사

입력 2025-10-16 00:01

대형 로펌이 이른바 ‘위성 세무법인’을 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 규정의 우회로로 삼아 국세청 출신 전관 영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쟁송 등 로펌에 들어오는 국세청 연관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함인데, 취업제한 규정을 피해 국세청 전관을 꼼수로 묶어둔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내 6대(김앤장·태평양·광장·율촌·세종·화우) 로펌을 전수분석한 결과 이 중 4곳의 국세청 퇴직공무원 23명이 위성 세무법인을 거쳐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보인다. 6대 로펌에 등록된 세무사 중 국세청 퇴직공무원 출신은 총 93명이다. 이중 31명이 세무법인을 거쳐 로펌으로 이직했고 75%에 달하는 23명이 위성 세무법인으로 추정되는 곳을 거쳐 법무법인에 재취업한 셈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7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유관기관에 취업할 경우 취업 심사를 받도록 규정한다. 단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가 각각의 법인에 취업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 이같은 예외 규정을 악용해 세무사 자격을 갖춘 국세청 퇴직공무원이 일단 세무법인에 취업한 뒤 3년의 취업제한 기간이 지나면 법무법인으로 옮기는 것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뉴시스

앞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측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 제기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다 나온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별도 법인”이라며 부인한 바 있지만, 인력 이동 현황을 보면 여전히 국세청 출신 고위공무원 영입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차 의원실 확인 결과 법률사무소 김앤장 소속 국세청 출신 세무사 35명 중 12명이 김앤장 세무법인 출신이다. 광장리앤고 역시 근무 중인 국세청 출신 세무사의 절반인 8명이 같은 경로로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평양의 경우 전 서울국세청장이 태평양 고문을 지낸 뒤 나와 세운 세무법인 제일티앤엠을 통해 국세청 출신 2명이 세무사로 재취업했다. 화우에서도 세무법인 화우를 거친 국세청 출신 퇴직공무원 1명이 세무사로 일하고 있다.

차 의원은 “위성 세무법인은 대형로펌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 의심된다”며 “공직자윤리법 사각지대를 악용한 전관 취업 경로가 사실상 합법적 우회로로 굳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퇴직공무원의 전문성을 사유화하는 통로가 아닌 공정한 세정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