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동영’ 재등장에도 해결할 과제 산적… 가장 큰 산은 대북제재

입력 2025-10-15 15:5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멈췄던 개성공단 재가동 추진에 나섰지만 공단이 멈춘 지 10여년이 흐르는 사이 풀어야 할 과제가 쌓였다. 지난 정부에서 없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복원은 물론 대북제재라는 난제도 해결해야 한다. 통일부는 당장 재가동이 어렵더라도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15일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개성공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2016년 박근혜정부에서 북핵·미사일에 대응해 가동이 중단됐다.

정 장관은 2004년 개성공단 개설의 기억을 되살려 재가동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정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과 담판을 짓는 등 개성공단 개설에 큰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을 ‘개성동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정 장관은 최근까지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소통하는 등 개성공단 재가동을 준비해왔다. 통일부 자체적으로도 개성공단 재가동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평화협력지구추진단에 개성공업지구지원과를 만든 것도 공단 재가동 의지를 담은 셈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우선 개성공단을 관리하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부터 복원해야 한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단 복구를 추진 중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재단을 해산하고 청산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청산법인을 없애고 재단을 복구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준비 중이지만, 법적 검토 등 시간이 필요하다. 재단을 해산하면서 흩어진 인력을 다시 모으는 일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선 대북제재도 해결해야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으로의 대량 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 2094호 위반 여지가 있다.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특히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2004년과 달리 미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시에는 통일부 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이었기에 미국 측 인사를 만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카운터파트너조차 없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모집하는 일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존에 입주 경험이 있던 기업 중 76.4%는 재입주에 희망을 보였지만, 입주 경험이 없던 기업이 입주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8.3%에 그쳤다. 재입주 희망 기업은 다른 곳에 공장을 건설했기에 다시 개성공단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여론이나 북한의 부정적 태도 역시 풀어야 할 난제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당장 어렵더라도 단절된 남북 관계를 잇는 방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부터 복원하면서 단계적으로 재가동을 준비할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당장 재가동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도 재개를 위해 재단 복구부터 시작하고 조직을 재건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