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캄보디아에 범죄단지를 조성, 외국인을 불법 감금해 온라인 사기를 강요해온 중국계 ‘프린스 그룹’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 프린스 그룹이 운영하는 범죄단지 중 하나인 태자단지에서도 한국인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는 천즈(38)가 이끄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적 범죄 조직으로 규정하고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본사를 두고 표면적으로 엔터테인먼트, 금융, 부동산 업체 등을 운영하지만 실체는 대규모 온라인 사기 그룹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에서 납치·취업사기·인신매매 등으로 끌어들인 인력을 불법 온라인 도박·로맨스 스캠·보이스 피싱·자금 세탁 등에 동원한다는 설명이다. 프린스 그룹 회장 천즈는 이같은 사기 단지 운영을 직접 감독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중국에서 태어난 천즈는 캄보디아로 이주한 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프로스와 바누아투 시민권 또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영국 외교·연방·개발부와 협력해 프린스 그룹 내 146개 대상에 포괄적 제재를 부과했다. 천즈 또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 법무부는 또 천즈를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천즈의 신병이 확보된 상황은 아니다.
미 정부는 천즈가 보유한 약 2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압류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몰수하기 위한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압류다.
영국 정부도 프린스 그룹 때리기에 나섰다. 프린스 그룹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 그룹’, 진베이·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제재로 이들 사업체와 부동산은 즉각 동결돼 천즈 등은 영국 금융체계를 사용하지 못 하게 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15일 정부 합동대응팀을 파견했다. 현재 캄보디아 당국이 범죄 연루 혐의로 구금한 한국인은 63명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이들을 한 달 내로 모두 송환한다는 방침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