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 겸 연극인,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5-10-15 09:50 수정 2025-10-15 09:59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박현덕(60)씨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60대 춤꾼 겸 연극인이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그는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겠다’며 20여년 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박현덕(60)씨가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양측 신장, 인체 조직을 기증했다고 15일 밝혔다. 인체 조직은 환자 100여명 기능적 장애 회복에 활용될 예정이다.

박씨는 지난 8월 1일 경북 경주 한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던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는 데 동의했다. 박씨가 2002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이미 해뒀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유족들에 따르면 박씨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도 함께 하는 이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고인은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랐다. 동아대 풍물패에서 활동하다가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서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를 했다. 이후엔 극단을 떠나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했다.

최근엔 지역 시민단체와 환경 살리기 활동을 진행했으며, 탈춤 등 민속 예술 계승에 힘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 등도 벌였다.

그는 10년 넘게 헌혈을 40번 이상 꾸준히 했고, 쉬는 날이면 농사를 지어 어려운 이웃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했다.

박씨 부인 김혜라씨는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당신은 하늘의 별이 됐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해”라며 “공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100여 명에게 희망을 나눴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됐구나.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