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전 세계…韓 한화오션 등 불똥

입력 2025-10-15 06:48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거칠어지면서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각국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대미 무역 보복으로 한국의 한화오션 자회사를 제재한 것이 최신 사례로 거론됐다.

NYT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및 기타 제재 조치들이 예상 밖의 방식으로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양국 간 긴장은 거의 모든 국가를 불똥 쏙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국가들에 자신들 쪽에 줄을 서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양국은 각종 관세와 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날부터 수입 가공 목재에 10%, 소파 등 수입 가구에는 25%의 관세 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저가 중국산 가구를 겨냥한 것이지만 멕시코와 베트남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역시 희토류 통제에 이어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출 통제도 검토하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널리 사용되는 필수 전력 공급원이다. 인조다이아몬드도 첨단 반도체 칩 제조 등에 사용된다. 앞서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내놓은 희토류와 금속 통제는 중국산 금속을 사용하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에도 직접인 악영향을 미친다.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는 희토류 수출에 대한 중국의 제한 조치가 유럽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에 국가별 피해도 제각각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조선소 등 자회사 5곳이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멕시코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중국산 차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멕시코는 중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멕시코 정부는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치의 관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며 인도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8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미국과 중국을 겨냥, 27개 회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하지만 EU에 철강을 수출하는 영국까지 관세 부담이 커졌다. 영국의 철강 수출 중 80%를 EU가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을 겨냥한 정책에 영국이 덩달아 피해를 본 것이다. 한국 역시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황 전개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NYT는 “트럼프의 (중국을 향한) 초반 분노는 지난 주말 동안 누그려졌다”면서도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리처드 포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NYT에 “하루하루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적인 특징”이며 “중국은 안정적이고 명확하며 확고한 목표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견해와 정책이 날마다 변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