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산업 안전’ 강화 기조에도 건설 현장에선 후진국형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개 주요 건설사의 현장에서만 5년간 150여명이 사망했다. 심지어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같은 기간 50여건 발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대 건설사 사고재해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148명이 사고재해로 사망했다. 연도별 사고재해 사망자는 2021년 36명, 2022년 37명, 2023년 21명, 2024년 28명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미 지난해 연간 사망자 수에 근접했다.
148명의 사망자 중 ‘3대 재래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05명으로 71%를 차지했다. 재래형 사고란 안전수칙 미준수 등 같은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끼임과 부딪힘, 떨어짐 사고가 대표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만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로 대표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취급된다.
해당 기간 기업별 사고재해 사망자는 현대건설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대우건설 14명, 롯데건설 13명, DL이앤씨 12명, GS건설 10명, 포스코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KCC건설 8명, 계룡건설·태영건설 7명, 삼성물산·한화·DL건설 6명 등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만 7명의 사고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이를 은폐하는 ‘산재은폐’도 5년간 47건에 달했다. 2022년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의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만 3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례가 적발됐다.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도 2021년 2건의 산재를 은폐했다.
건설업계 현장에서 산업재해조사표도 보고하지 않는 실태도 지속되고 있다. 노동부의 ‘100대 건설사 기준 산업재해조사표 미보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30개 기업에서 산재 미보고 적발 건수가 총 47건이다. 이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도 산업재해조사표를 미제출한 사례가 2건 포함됐다.
김 의원은 “산재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 가족의 일처럼 대해야 한다”며 “작업 전 철저한 안전수칙 점검과 안전장치 구비로 후진국형 사고의 반복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