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14일 여야 간 ‘찌질이’ 공방으로 난장판이 연출됐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내용의 문자를 국감장에서 공개하자, 야당 의원들은 박 의원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밝힌 데 대해 반발했다. 박 의원도 김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욕설 문자는 삭제한 채 사적인 통신 내역을 공개했다며 항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질의를 하던 도중 “제가 12·12 쿠데타의 잘못된 내란 행위를 규탄하는 발언을 했고, 지금 이재명정부를 독재라고 이야기하는 특정 의원과 연관된 사람의 이야기를 했더니 당사자가 저한테 개인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며 박 의원이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화면에서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김 의원에게 ‘박정훈입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한차례 보냈고, 사흘 뒤인 5일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 의원은 “이걸 보낸 사람이 박정훈”이라며 “국회에서 공적인 질문을 한 걸 갖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적 보복을 하는 사람이 오늘 김일성 추종세력에 대통령실이 연계됐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조차도 어긋난 사람”이라며 “저 사람과 과방위에서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상휘 의원은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공개해도 되나. 동료 의원 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박충권 의원도 “전화번호가 공개돼 개딸들이 좌표를 분명히 찍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장겸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내가 목격자인데, 그날 (김 의원이) 박 의원 멱살까지 잡지 않았나.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라고 항의했다.
박 의원이 “과정을 설명하겠다”며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요청했지만,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동료 의원에게 욕한 부분을 사과하면 된다”며 일축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면서 과방위 국정감사는 40분 만에 정회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자 경위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9월 2일) 상임위 정회 당시 야당은 소회의실에, 여당은 위원장실에 있었는데 김 의원이 저희 방(소회의실)으로 들어와 전화하길래 나가 달라고 하니 다짜고짜 욕하면서 멱살을 잡았다”며 “실랑이를 벌이다 여러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 저녁때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전화를 안 받아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찌질한 XX야’라고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삭제한 다음 문자 내역을 공개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화해하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보냈는데 (김 의원이) 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 상임위에서 제 가족 관련 영상을 틀어 상처를 입었다”며 “그날(9월 5일) 그런 식으로 공격해 밤에 제가 ‘이 찌질한 놈아’ 문자를 보냈고, 곧장 ‘이 찌질한 XX야’라고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보낸 욕설 문자는 지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한 달 넘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제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김 부속실장과 경기동부연합의 연결고리가 드러나 문제가 커질 것 같으니 메신저를 공격하는 작당을 꾸민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감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속실장이 경기동부연합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