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내기 전에…” 집합건물 증여 최근 3년만 최대

입력 2025-10-15 05:01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의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등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을 자녀 등에게 증여한 건수가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집값이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했고, 향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자산가들이 미리 증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국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총 2만64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5391건) 대비 4.1%(1044건) 늘어난 것이자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양이다. 9월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을 고려하면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국에서 증가한 증여의 상당수는 서울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전국에서 1044건 늘어난 증여 가운데 서울만 970건으로, 92.9%를 차지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396건), 송파구(395건), 서초구(378건), 강서구(297건) 등 강남 3구에서 주로 증여가 이뤄졌다.

특히 8월 대비 9월에 증여받은 사람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마포구(48→110건)와 동작구(57→126건), 송파구(57→120건)는 증여 건수가 한 달 새 배 이상 뛰었고, 서초구(129→241건)와 양천구(59→112건)도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지역들은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한강벨트’ 지역으로, 9월 들어 ‘막차 수요’가 몰렸던 곳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추가 부동산 규제로 매매 부담이 커지기에 앞서 증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강벨트 지역은 연간 증여 건수를 놓고 봐도 전년 동기간 대비 40%가량 증여가 늘었다. 양천구(211→396건), 서초구(240→378건), 용산구(129→196건), 송파구(275→395건), 성동구(128→181건) 등에선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여 건수가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심리가 강한 상황에서, 어차피 증여할 거라면 조기 증여에 나서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한강벨트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증여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내년 5월 9일 이후 일몰되는 것도 지난해보다 증여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부담부증여(자녀에게 자산을 넘기면서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등 채무를 함께 이전하는 방식)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가 적용되는데, 이 제도가 일몰되면 채무의 양도세도 중과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주 중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지역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정부 당국자들이 보유세 등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증여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대책에서) 부동산 세제의 방향성도 함께 공개하겠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증세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취득세·종합부동세 등 세 부담이 커진다. 규제지역 지정만으로도 사실상 증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