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미승인 정보’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서약을 요구한 데 대해 국방부 기자단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미 국방부 출입기자단인 펜타곤언론인협회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국방부의 서약 요구는 대중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회원 대부분은 사전 승인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려는 기자에게 보복할 수 있는 국방부 정책을 인정하느니 출입증을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국방부가 출입 기자들에게 승인받지 않은 기밀 또는 통제된 정보를 허락 없이 보도하면 출입증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집단 대응이다. 국방부는 이 내용을 담은 서약서에 14일 오후 5시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24시간 안에 출입증을 반납하고 청사를 비우라고 통보한 바 있는데, 이 시한을 하루 앞두고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를 비롯해 AP통신, 로이터통신, CNN,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거부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보도지침 거부에 동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호하는 친정부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국방부 요구를 따를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서약서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언론사는 우익 방송매체인 ‘원 아메리카 뉴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이번 조치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맷 머리 WP 편집국장은 “정보 수집과 공개를 불필요하게 제한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근간을 훼손하려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스티븐슨 NYT 워싱턴지국장은 “매년 1조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미군에 대한 언론의 보도 방식을 제약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은 정부와 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펜타곤언론인협회는 “국방부 기자단의 보도는 단순히 대중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미국을 지키는 군인들의 안녕과도 관련이 있다”며 서약 요구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출입기자 협회도 국방부 출입 기자단의 입장에 지지를 표하는 성명을 회장 명의로 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