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일 30도 육박… 13일 서귀포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

입력 2025-10-14 15:15 수정 2025-10-14 15:22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1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민소매를 입은 관광객이 억새 길을 걷고 있다. 뉴시스

10월 중순에도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제주지역 곳곳에서 기상 기록이 잇따라 경신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3일 저녁부터 14일 오전까지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제주도남부 해안지역에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서귀포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14일 오전 7시 기준 서귀포의 기온은 25.7도로,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넘었다. 이로써 올해 서귀포의 열대야 일수는 총 79일에 달했다.

이번 열대야는 제주지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기존 기록인 2013년 10월 6일을 일주일 이상 넘어섰다.

서귀포는 앞서 지난 6월 29일에도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를 기록한 바 있어, 올해는 밤더위가 가장 길게 이어진 해로 남게 됐다.

제주와 고산에서도 각각 10월 6일과 9월 24일에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관측되는 등 도내 주요 지점에서 기상 기록이 속속 경신되고 있다.

낮 기온도 예년보다 크게 높다. 지난 12일 서귀포의 낮 최고기온은 31.7도로, 10월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이는 불과 5일 전인 7일에 기록된 31.3도를 다시 넘어선 수치로, 1964년 10월 5일 30.9도 이후 61년 만의 최고 기온이다.

14일에도 서귀포를 중심으로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기록하며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사량이 많고 바람이 약해 기온이 평년보다 4~5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주요 만감류 중 하나인 레드향에서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발생한 모습. 제주도 제공

늦더위가 지속되면서 제주지역 레드향 농가들은 심각한 열과 피해를 겪고 있다.

열과는 과일 껍질이 갈라지는 현상으로, 껍질이 얇은 과일이 고온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한다.

특히 8월부터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고온 현상은 껍질과 과육의 생육 불균형을 초래해 열과를 유발한다.

올해 레드향 열과율은 이달 10일 기준 평균 28.8%에 달하며, 열대야 현상이 심한 서귀포와 대정읍 등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율이 75%까지 나타나고 있다.

야외에서는 억새가 핀 가을 오름을 소매 없는 옷을 입고 걷거나, 포구에서 수영을 즐기는 풍경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