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개 도시 동시 급습… 中 1만명 시온교회 리더 30명 구금

입력 2025-10-14 14:35 수정 2025-10-14 14:36
2018년 에즈라 진 시온교회 목사.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캡처

중국 정부가 최근 베이징 시온교회의 에즈라 진(김명일) 목사를 포함한 30여명의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전국적으로 체포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있었는데 이번 에즈라 진 목사의 체포는 더 조직적이고 계획된 탄압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14일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와 비영리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10명 이상의 경찰이 광시성 베이하이에 있는 진 목사의 아파트에 침입해 밤새 수색한 뒤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자로 유효한 ‘수배자 목록’과 ‘인터넷을 통한 종교적 불법 정보 배포’ 혐의의 구금 영장을 소지하고 있었다.

조선족 출신인 에즈라 진 목사는 천안문 광장 학살 이후 기독교인이 됐다. 2007년 20명 미만으로 시작한 베이징 시온교회는 10년 만에 1500명 규모의 중국 최대 미등록 가정교회로 성장했다. 2018년 9월 중국 정부가 교회를 공식 폐쇄하고 재산을 몰수했지만 팬데믹 이후 교회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소그룹 모임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오히려 급성장했다. 현재 40개 도시에 100개가 넘는 개척교회를 두고 1만여명이 참여하는 중국 최대 도시 복음주의 교회 네트워크가 됐다.

그러나 올해만 시온교회 사역지 20여곳이 폐쇄됐고 150명 이상이 구금됐다. 5월에는 가오취안푸 목사, 6월에는 왕룽궈 목사가 각각 미신 활동 및 우상숭배 혐의로 구금 또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진 목사는 이번 체포를 오래전부터 예견했다. 2018년부터 목회자들을 해외로 보내 교회가 지도자 없이 남지 않도록 대비했고, 아내와 자녀들도 미국으로 이주시켜 6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체포된 이들은 독방에 개별 갇혀 서로 보거나 대화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이미 구금 영장을 발부해 기소 확정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속 사흘 후 시온교회의 100개 개척교회는 주일을 맞아 평소처럼 예배를 드렸다. 거실이나 레스토랑 방에서 모인 이들은 줌으로 한국인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이날 설교는 최초의 기독교 순교자 스데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온교회는 체포 다음 날 기도 편지를 통해 전 세계 교회에 긴급 기도를 요청했다. 기도 편지는 “시온교회와 모든 중국 가정교회 형제자매들을 위해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을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 우리와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지원해달라”며 “이 고난의 잔을 거두어달라고 기도하되,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누가복음 22:42)라고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가 의장으로 있는 한국로잔위원회도 14일 한국교회에 이 문제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목사는 “교회 역사에서 고난은 하나님의 전략이며 교회를 각성시키고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 왔다”며 “중국교회와 한국교회 역사에서도 증명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중국교회가 다시 겪는 고난이 중국교회와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교회가 각성하고 다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을 쏟는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며 “이것은 자신의 구금을 예견했던 에즈라 진 목사가 늘 해왔던 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로잔위원회가 전한 기도 제목은 구금된 목사들의 건강과 평안, 기적적인 석방, 변호사 접견 허용, 교도소 내 안전과 증인의 삶, 가족들의 심적·재정적 어려움 해결 등이다. 미국 국무부도 중국 정부에 석방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