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김건희에 샤넬백·목걸이 줬다”…혐의 첫 인정

입력 2025-10-14 14:34
김건희 여사. 뉴시스

통일교 관련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첫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 측에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그는 법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전씨 측은 2022년 4~7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고가의 목걸이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윤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받고 그 무렵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전 청탁이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해 알선수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알선수재가 성립하려면 알선을 의뢰한 사람과 상대방이 될 공무원 사이를 중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야 한다”며 “단순 소개로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대통령과 특수관계도 아니고 윤씨도 이를 잘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품은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고 이는 김 여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피고인은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 점유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사실관계 자체는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요건을 다투는 ‘무죄 전략’을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그룹 고문직’을 요구하며 윤씨로부터 총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한다”면서도 “통일교가 피고인의 인맥을 중시해 각종 현안에 대한 지속적·정기적 자문을 받기 위해 (계약이) 체결된 여지가 있다. 죄가 성립되려면 공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므로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현국 봉화군수의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1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위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피고인은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윤핵관’ 등과의 친분을 내세워 국가 정책의 개입 창구,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권력에 기생한 무속인 건진법사의 사익추구 국정농단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