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서만 가지고도 수사 충분히 가능”…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청 공무원

입력 2025-10-14 12:58

경찰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일 소환 조사를 받은 뒤 10일 경기 양평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청 소속 50대 사무관급(5급) A씨 공무원 변사 사건과 관련한 메모에 대해 현재로선 수사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는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메모에 대해 수사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유서만 가지고도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해당 메모가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되지도 않아 수사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메모는 사건 현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A씨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진위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A씨의 메모에는 특검의 강압 수사에 힘들다는 내용과 특검이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할 것을 회유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시신 부검에 관해서는 “유족은 처음에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경찰이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이고, 고인의 사인에 대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게 조사해야 한다’고 설득하자, 유족이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서의) 필적 감정 역시 동의를 받았으며, 현재 긴급감정을 의뢰한 상태로, 최대한 신속히 결과를 회신할 계획”이라며 “유족으로부터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한 동의 또한 받아 포렌식에 돌입했다. 결과는 며칠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사망 당일 유족에게 유서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보여준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은 “A씨의 유족에게 고인의 필적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 유서 촬영본을 보여줬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 원본을 열람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유족이 A씨 사망 직후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유서를 본 것이었기 때문에 13일 유서 원본을 열람하도록 하고, 유족 요청에 따라 사본도 제공했다. 비록 사후 조치였지만, 미흡한 점을 치유했다”고 해명했다.

유서는 노트 21장 분량으로, A씨가 특검 조사를 마친 2일부터 사망 전날인 9일까지 썼다. 조사 과정에서 든 생각과 가족에게 전하는 말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마치는 대로 유족에게 건네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해 추석 연휴 하루 전인 2일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특혜 의혹은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의 가족 회사 ESI&D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A씨는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료들은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혼자 사는 A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숨진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으며,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최종 감정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