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빚내서 지은 인니 고속철, 2년 만에 빚폭탄

입력 2025-10-14 11:57 수정 2025-10-14 13:31
인도네시아 고속열차 '후시' 모습. 신화뉴시스

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받아들여 일본 신칸센 대신 중국 자본으로 지은 고속철도 ‘후시’가 개통 2년 만에 실적 부진으로 빚더미에 올랐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로산 루슬라니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최근 중국과 고속철도 채무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면서 “채무 불이행을 회피하기 위해 포괄적 개혁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자카르타와 주요 도시 반둥을 잇는 첫 고속열차인 ‘후시’를 2023년 10월 개통했다. 길이 142㎞ 구간을 최고시속 350㎞로 운행한다.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차로 약 3시간 걸리는 거리를 고속열차로는 40분 만에 도착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본 고속열차 신칸센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제안을 받아들여 중국 자본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총사업비 72억 달러(약 10조3000억원) 중 75%인 54억 달러(약 7조7000억원)를 중국개발은행 융자를 이용해 조달했다. 융자에 대한 이자는 연간 약 1억2000만 달러(약 1700억원)다.

인도네시아는 고속철도 운행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려 했으나 연 매출은 1억1000만 달러(약 1570억원)로 추산된다. 하루 승객 목표가 5만~7만6000명이었지만 실제로 평일 1만6000~1만8000명, 주말 1만8000~2만100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승차권 수입만으로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인도네시아·중국 합자회사(KCIC) 주요 주주인 인도네시아 철도공사(KAI)는 채무 문제가 ‘시한폭탄’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역이 중심부에서 멀고 운행 구간이 짧아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며 “이용객 확대를 위해 노선을 제2도시 수라바야까지 연장하는 구상도 하고 있으나 채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