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안과·치과에서 ‘위고비’ 처방…산모도 받아가

입력 2025-10-14 10:04 수정 2025-10-14 10:08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이 비만과 무관한 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처방으로 비만치료제 남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2453건), 산부인과(2247건), 비뇨기과(1010건), 안과(864건), 치과(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104건) 등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 위고비가 공급됐다.

위고비 투약자 중 급성췌장염, 급성신부전 등의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위고비 투약 후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이었다. 담석증(560명), 담낭염(143명), 급성신부전(63명)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96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어린이나 임산부도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위고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임신부에게도 194건 처방됐다.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 어린이, 임신부, 수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 등에게는 투여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또한 2021년 한 해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7건, 임신부에게 179건 처방됐다.

김 의원은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돼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 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비만 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이은 비만치료제 출시에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의원·약국 기준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커졌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