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사역 패러다임 전환 신호탄… 9개국 추석수련회 성료

입력 2025-10-14 08:08
러시아 이주민 수련회 단체사진. 아시안미션 제공

긴 추석 연휴 기간 국내 각지에서 진행된 9개국 이주민 추석 수련회가 은혜 가운데 마무리됐다. 올해 수련회는 현지인 리더 주도와 다음세대 프로그램 확대라는 두 가지 변화를 통해 한국교회의 이주민 사역이 일방적 지원에서 상호 동역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이주민 사역단체와 협력하는 선교사 지원단체 아시안미션(대표 이상준)은 14일 “올해는 프로그램 대부분을 각 국가의 현지인 리더들이 주도하고 아동·청소년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되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며 “이주민 공동체가 스스로 신앙을 계승하고 확장해 갈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추석 수련회는 중국어권(CHISTA), 몽골, 태국(KTM),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다문화 연합(HDF), 스리랑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몽골 공동체는 지난 7~9일 강원도 원주 명성수양관에서 ‘하나님 나라’(막 10:15)를 주제로 수련회를 개최했다. 예배와 강의, 자녀교육 세미나, 목회 멘토링까지 몽골인 리더와 교사들이 직접 진행했으며, 부모와 자녀가 같은 본문을 각 연령대에 맞게 배우고 함께 나누는 세대 통합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스리랑카 공동체는 지난 3~6일 강원도 홍천 리버샤인빌리지에서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사 43:19)이라는 주제로 연합수련회를 진행했다. 프러받 목사(스리랑카 꾸무내걸러 생수교회 담임)가 말씀을 전했고, 예배와 말씀, 소그룹, 놀이까지 현지인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태국인들이 KTM 태국인교회 연합수련회에서 태국 전통의상을 입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안미션 제공

올해 수련회의 특징은 운영 주체의 변화다. 그동안 한국인 사역자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주도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각 국가의 현지인 리더들이 수련회 대부분을 직접 이끌었다. 한국교회와 사역자들은 후원과 협력자로서 함께하되 실질적 운영은 현지 공동체가 담당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정착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몽골 공동체의 세대 통합 프로그램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같은 성경 본문으로 각자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고 함께 나누는 구조로 설계돼 가정 단위의 신앙 전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상준 아시안미션 대표는 “올해 수련회는 한국교회의 동역 속에서 현지 성도들이 주도적으로 섬기는 전환이 뚜렷이 드러났다”며 “명절 이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믿음을 지켜 갈 형제자매들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