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침내 평화, 불가능을 이뤄냈다” 가자평화선언 서명…하마스 무장해제 등은 숙제

입력 2025-10-14 05: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마침내 중동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역사적인 협정으로 수백만명의 기도가 마침내 응답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함께 이뤄냈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성과는 역사를 바꾸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축하하는 이 중대한 돌파구는 가자 전쟁 종식 그 이상”이라며 “하나님의 도움으로 중동 전체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제 (가자지구) 재건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부와 권력 위엄을 가진 수많은 국가들”이 재건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며 “이들이 중동의 안정과 성공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연설에 앞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휴전 중재국 정상과 함께 휴전 협정문인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사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등 20개 항으로 이뤄진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중재국 정상 외에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개 정상은 물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등 30여명의 세계 지도자가 참석했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한 국가들의 정상급 인사들이 이렇게 뒤쪽에 앉아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의를 나타냈다. 다만 휴전 협정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란도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정상들은 트럼프의 리더십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엘시시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트럼프를 만나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확신했다”며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집트 최고 민간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오늘은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라며 트럼프를 향해 “평화의 사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하고 싶다고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 인질 송환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주고 받은 ‘1단계 평화 구상’ 뒤에는 훨씬 풀기 힘든 난제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2단계 휴전에서는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철수 등 양측이 양보하기 어려운 쟁점이 남아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결책에 대해서도 이견이 드러났다. 트럼프에 앞서 연설한 엘시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미래를 기대할 권리, 자유를 누리고 독립 국가에서 살 권리를 가진다”며 “그 독립 국가는 이스라엘과 평화와 안보, 상호 인정 속에서 나란히 공존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국가’ 이스라엘이 거부하고 있고, 미국도 승인하지 않은 해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와 베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두 미군이 지원하는 전쟁 종식 계획의 장기적이고 까다로운 쟁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들은 아직 협상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