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공동검사를 통해 금융업권을 직접 감독하는 빈도가 지난 몇 년 사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권 확대를 주장하는 한은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려면 우선 지니고 있는 수단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14일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은법·자본시장법에 따라 시행된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공동검사 건수는 3건에 그쳤다. 이 중 은행권 공동검사 건수는 2021년 6건에서 2022~2023년 각각 5건을 거쳐 지난해 4건, 올해 3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증권사에 대한 공동검사는 지난해(2건)를 제외하면 해마다 1건씩만 진행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검사 대상 금융기관 역시 감소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16개 은행과 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공동검사 규모는 2023년(9개 은행, 1개 증권사 대상)을 거쳐 지난해 대상 기관이 6개 은행, 2개 증권사까지 줄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공동검사를 받은 금융기관이 2개 은행, 1개 증권사에 불과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리·감독 수단인 자료제출요구권 역시 활용 빈도가 뜸해지는 추세다. 2020년 14회에 달했던 한은의 금융기관 대상 자료제출 요구는 2022년 7회, 2023년 8회를 거쳐 지난해 3회, 올해는 2회로 줄어들었다.
금융 당국과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정보가 증가하면서 권한 발동 필요성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료제출요구권의 경우 2023년 10월 한은이 금감원과 상시 정보 공유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로 발동 건수가 급감했다. 은행권 공동검사의 대상이 아닌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점도 활용도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행법상 한은은 금융업권을 독자적으로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 대신 필요하다면 한은법과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금감원에 은행·금융지주(한은법), 증권사(자본시장법)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해 해당 기관의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를 제외한 비은행권은 부실 우려나 관리·감독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큼에도 공동검사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는 “금감원, 은행권 등 여러 기관의 협의를 통해 공동검사를 나가는 만큼 단순 건수만으로 활용도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빈도 감소에는) 비은행 쪽의 비중이 커진 데다가 정보 공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업권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이렇게 공동검사 빈도를 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은행에 대한 공동검사권과 단독 검사권 부여 등 검사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지 못했다”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을 공동 검사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앞서 진행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서도 국정기획위원회에 유사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한은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 보유한 공동검사권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 의원은 “한은이 금융기관 감독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이미 갖고 있는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비은행권에 대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에 보유한 공동검사권과 자료제출요구권부터 충실히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